민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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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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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보라매공원



 거리는 온통 빛났다. 차마 그냥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거리를 따라서 서있는 의자들 가운데 하나에 앉았다. 나무색 의자는 때로는 눈으로 덮이고 때로는 오늘처럼 따뜻한 햇살을 맞이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를 수년간 계속하고 있을 터였다. 새삼 의자 위에 검버섯처럼 앉은 더께를 바라보았다. 봄이 오면 새로 칠을 하여 단장해야 할 것이라고 치부하고 지나쳤던 얼룩의 오돌토돌함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쓰다듬었다.

 시선을 옯겼다. 나의 왼편에는 또 하나의 나무색 의자가 서있었다. 나무색 의자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아주머니가 앉아있었다. 아이는 아주머니를 의자 삼아 앉았다. 아이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연신 종알거렸고 가끔은 웃었다.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고 가끔은 아이를 안았다. 자리를 옮겨서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즐겁냐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겨우 사진을 담았다.

 사진 속 아이는 테 없는 눈을 하고서 자신의 의자가 언제나 자신을 위하여 서있을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서있을 수 있는 의자는 없다. 아주머니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살면서 수많은 슬픔을 목도하였을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면서 언젠가 아이도 그 사실을 이해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말없이 아이를 품고 있는 것은 아이도 자신처럼 의자 하나가 되리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와 아주머니는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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