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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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처음 가는 곳에 가도, 올리브영과 롯데리아가 있는, 그 곳의 가장 번화가를 찾아내는 진귀한 능력을 지녀, 여행 때마다 많은 도움을 얻곤 한다. 차가 없어 온전히 버스와 정말 급할 때의 택시 찬스를 이용해야 하는 건 불편하지만, 원래 차 없이 살다보니 사실 불편한 것도 모르고 잘도 걸어다닌다. 여수에서도 다만 이름에 끌려 이순신광장 앞에 내렸는데, 광장과 진남관 사이에 있는 골목은 여수의 명동 같은 곳이었다. 여수의 명동이 처음 생길 때부터 그곳에 있을 것만 같은, 창가에 햇살이 따뜻한 돈가스 집을 찾았다. 스프와 잘 눌러 보름달을 만든 밥과, 먹음직스런 돈가스가 나왔다.

 

맛난 밥을 잘 먹고서 맞은 편 언덕배기, 고소동에 올랐다. 고소동으로 가는 길이 어딜까, 두리번거리며 들어간 어시장 사이 골목에서 또다시 진귀한 능력을 발휘해 고소동 벽화마을의 입구를 찾았다. 처음 우연히 찾아가 혼자서 그렇게나 좋아했던 이화동 계단이 생각났다.

 

 

 

 

 

 

다시 이순신광장으로 내려왔고, 버스를 타고 돌산공원으로 갔다. 돌산공원과 맞은편의 자산공원 사이에는 아찔하게 높이 가는 케이블카가 다니고 있었다. 이 케이블카를 타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케이블카 네 대 중에 한 대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케이블카라는데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는 네 대 중에 세 대나 다니는 안전한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를 타니 고소동과 고소동아파트가 한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앞으로 강같은 바다가 흘렀다. 여수는 바다가 동네를 감싸고 도는 도시였다. 바다는 느리게 흘렀고, 어떤 곳에서는 가만히 멈췄다. 버스는 느리게 다녀도 사람들은 무엇에나 늦는 일이 없었고, 여행자는 예전 시간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새삼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자산공원에 도착하여 스쿨푸드에서 저녁을 먹었다. 여수 자산공원 스쿨푸드는, 도쿄의 맥도날드가 데리야끼 유자버거를 팔았던 것처럼, 해산물 짬뽕을 팔았다. 한 입 가득 바닷물을 마시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돌산공원에 내리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여수 밤바다 색 하늘을 등대 같은 가로등이 빛을 비추었고, 그 아래에서 사람들은 저녁 시간을 보냈다.

 

 

2015,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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