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사진관

블로그 이미지
김경민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 남부초등학교



 사진이 발명된 초창기에는 흑백으로 사진을 담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컬러 필름이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컬러 필름이 발명된 이후에도 흑백 사진은 여전히 선호되었다. 이는 흑백 사진이 컬러 사진에 비하여 사진의 보존에 유리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흑백 사진이 차지하는 위상은 달라졌다. 디지털 사진은 색이 바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디지털 사진은 컬러를 기본으로 제공하며 흑백은 부가적인 기능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나는 흑백 사진을 좋아한다.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진 찍는 것이 서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초점을 잡는 일만도 녹록치 않았다. 심도가 얕은 사진을 찍을 때면 더욱 그러하였다. 사진기로 보면 괜찮았던 사진을 모니터로 확인해보면 엉뚱한 곳에 초점이 맞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절한 노출 정도를 찾는 일도 요즘 사진기는 자동 노출 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만 믿다가는 손떨림이 발생할 수 있었다. 초점과 노출 정도를 고려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나로서는 색까지 고려하기가 쉽지 않다.

 어줍은 실력 때문에 흑백 사진을 시작하게 된 것인데, 이제는 흑백이 지니고 있는 매력에 빠져서 흑백 사진을 담는다. 흑백은 색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나 흑백으로 남은 순간을 보고 있으면 컬러 사진보다 오롯하게 순간의 색이 살아남을 본다. 오히려 색을 남겼다면 그 단조로움에 박제되어서 사진은 시간의 무덤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흑백은 이를 바라보는 순간순간 새로운 색을 더해주고, 과거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아직은 사진에 생각을 담아 나타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나의 사진에 담고 싶은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다만 시간에 머무르지 않기를 하는 것이다. 삶을 한 순간의 색으로 묶어두기에는 너무나 많은 색들이 매순간 자라나는 것을 본다. 삶이 칙칙한 빛깔을 드리우고 나타나더라도 흑백으로 남겨놓고 다시금 새로운 색을 칠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삶이 화사한 빛깔을 드리우고 나타나더라도 흑백으로 남겨놓고 다시금 칠할 용기를 지녔으면 하고 바란다.

 멈추어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희망을 지닐 수 있다. 같은 이유에서 흑백 사진도 희망을 담고 있다고 한다면 비약이 되어 버릴까.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언제가는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사진관을 연다.


Trackback 0 and Comment 0


Tag Cloud